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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입으로 안보하는 자유한국당의 허명무실한 달력 안보관

[의견] 입으로 안보하는 자유한국당의 허명무실한 달력 안보관


새해의 첫날 자유한국당의 논평 '북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시대,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 를 접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은행이 제작하고 배포한 새해 탁상 달력에 인공기가 그려진 그림이 들어가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그림에는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그려져 있고, 북한과 대한민국이 동등한 나라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친북 단체도 아니고 우리은행이라는 공적 금융기관의 달력에 인공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은행측은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미술대학 교수들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며, 최종 결과를 달력에 반영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해명이 우리를 더욱 경악케 한다. 

 이제 학생들은 미술대회 수상을 위해 인공기를 그릴 것이고, 미술대학 교수는 이런 그림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탁상 달력마저 이용해 정권에 아부하려는 우리은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2018년, 대한민국의 엄중한 안보 현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장밋빛 대북관과 뿌리 깊은 안보불감증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출처 제22회 우리은행 우리미술대회 대상 수상작출처 제22회 우리은행 우리미술대회 대상 수상작 갤러리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논평이 허명무실[각주:1]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대회에 출품한 작품에서 북한의 인공기가 등장한 것과 북한의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그려진 것을 지적하며, 우리은행이 탁상달력을 이용해 정권에 아부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에 쓰여야 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을 배출하고, 차떼기한 전력이 있는 당에서 겨우 달력으로 아부가 된다고 느끼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이 빈약한 논리적 근거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갑자기 끌어들인 안보 또한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대회의 수상작을 탁상달력에 넣은 것이 안보 불감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차라리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밉다고 싫고 북한과 평화적으로 지내는 것이 싫다고 견해를 밝히는 편이 훨씬 논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평소 안보에 철저한 태도를 실천해왔다면 이 달력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나름 일리 있다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간의 언행이 전혀 달랐기에 이 침소봉대와 견강부회라는 사자성어의 협업 정석 같은 논평에 공감하기 어렵다. 


 달력을 문제 삼으며 안보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병역 면제된 당원들과 그 당원들의 자녀의 병역도 제대로 심사를 하고서 보수당으로서 안보를 외치길 바란다. 최근 일어난 JSA 귀순사태를 언급하며 JSA 관할이 우리 군인지 유엔사령부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원내수석부대표가 있는 정당에서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대회에 출품한 어린이의 그림을 실은 달력을 가지고 안보 불감증을 외친다면 누가 공감할까. 보온병과 포탄도 구분 못 하던 입영 기피, 행방불명의 이유로 병역이행을 미뤄오다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전직 국회의원이 있던 정당이 논평으로 안보해봐야 허명무실할 뿐이다. 

  1. 허명(虛名) 뿐이고 실속(實-)이 없음 [본문으로]